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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 한국의 어머니

白 泉 2014. 8. 12. 10:51
                     장한 한국의 어머니

 

제로드 스티븐슨은 1975년 서울 용산 미군기지 병원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미 공군 사병, 어머니는 한국인이었다. 이듬

해 제로드는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갔다.

 

아버지는 제로드와 세 살 터울 동생 그레고리를 위해 뒤뜰에 농구대를

세워줬다. 형제는 일대일 농구를 하며 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리치

먼드대 농구선수가 됐다.

 

제로드는 1998년 NBA 신인 드래프트 후보에 꼽혔다. 공교롭게 그해

NBA는 선수 파업으로 신인을 뽑지 않았다.

제로드는 프랑스 리그로 건너가자마자 MVP가 됐다.
스페인·그리스·

세르비아에서 뛰며 유로컵 올스타에도 올랐다.

 

그가 2010년 한국으로 옮겨 왔다. 세르비아에서 받던 연봉이 4분의

1로 짜부라졌다. 그는 앞서 유럽 리그에서 온 동생 '문태영'처럼 '문

태종'이 됐다. 어머니 성을 따고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이다.

           

 

 

문태종은 첫 경기부터 태극기 찍힌 헤어밴드를 둘렀다. 소속팀이

얻어준 아파트의 방 하나를 어머니 방으로 꾸며뒀다. 형제는 "한국에

온 단 하나 이유가 어머니"라고 했다.

 

어머니는 빌딩 청소와 식당 일을 하며 세 아들을 키웠다. 막내는

회계사가 돼 미국 은행에서 일한다.

 

둘째는 한국 첫해 득점왕에 올랐다. 형은 스타 슈터로 자리 잡았다.

한국 국적을 얻었고 국가 대표엔 형만 뽑혔다. 귀화 대표선수를

두 명 이상 둘 수 없다는 국제 규정 탓이었다.

 

큰아들이 국가대표가 됐다는 소식에 어머니는 흐느꼈다.

형제는 말수 적고겸손하고 배려할 줄 알아
'바른 생활 사나이'로

통한다. 어머니의 한국식 가정교육 덕분이다. 형제가 말썽을 부릴

때마다 "한국 사람은 이러는 것 아니다"고 타일렀다.

 

어머니 문성애씨는 재작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하던 일식집을 접고

서울 문태종 집에 와 산다. 형은 LG, 동생은 모비스에서 뛰고 있어

각기 짚신과 우산 파는 형제의 어머니처럼 조바심이 난다.

 

작년엔 동생의 모비스가 우승해 "올해는 형에게 양보하라"고 했다.

 


올 시즌 모비스가 또 LG를 누르고 챔피언이 됐다. 서운했던 어머니가

그제 시상식에서 펑펑울었다. 동생이 챔피언전 MVP가 된 데 이어 형이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형제는 베스트 5에도 나란히 들었다. 어머니는 "미국에서 차별받으며

살 때 아들들에게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테니 참고 노력하자 했었다"고

말했다.

 

"많은 분이 두 아들을 사랑해주신 것이 기뻐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했다.  형제는 "어머니는 내 삶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한국 어머니는

어찌 이리도 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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