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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德) 통장

白 泉 2014. 9. 23. 15:30

덕(德) 통장


대학 선후배와 동기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서로들 바쁘게 지내다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에 더욱 반가웠다.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문득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너희들 통장에는 얼마가 들어 있냐?˝
난데없이 웬 통장 얘기냐고 다들 눈이 동그래졌다.

나는 내 은행 통장에 잔고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했다.
혹시나 돈을 빌려 달라고 하는 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배는 빙그레 웃으면서
˝은행통장 말고 덕 통장 말야, 덕 통장.˝ 하는 것이었다.
˝어허, 이 사람들! 은행에 돈 쌓이는 것만 관심이 있지
덕 쌓는 것은 도통 무관심이군.


사람이 어찌 돈과 밥으로만 살까.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덕을 쌓고

복을 지어야 사람답게 사는 길이 되리라.
은행통장이야 죽을 때 가져가지도 못하는 것을.


죽어서도 가져갈 수 있는 통장을

빨리 만들어 두시라 이 말씀이야.˝
그의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신파조의 말투 때문에
좌중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이날 모임 이후 며칠 동안 내내

'덕 통장'이란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더러는 좋은 마음으로 베풀고

뭔가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한 적이 있다 해도
어찌 보면 그건 진정으로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한 일이기 보다는
내 마음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지 싶었다.


-화암 제공-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베드로후서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