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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본인이쓰는 대(大)서사시(敍事詩)이다

白 泉 2015. 9. 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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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얼굴이 서로 다르듯이 그 인생도 다르다.)

인생은 본인이쓰는 (大)서사시(敍事詩)이다.

 

한국에서는

환갑을 기점(基点)으로 노인이라 칭할 수 있겠으나

미국에서는

만 63세가 되는 생일부터

시니어 시티즌(senior citizen)이라 부른다.

아직 2년이 남았으니

국에 가면 노인이 되겠지만

미국에서는 아직 아니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 주려고

중학교 때부터

매년 여름방학에 한국에 보내서

프로그램에 참여 시켰다.

그 결과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았는데

내가 이순(耳順) 즈음해서는

내 정체성에 대한 혼란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내가 인생의 반 이상을 미국에 살아서인지,

아니면

내 나이에

대부분 겪는 증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동안 좀 헤매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그런 문제에 대하여

벗어난 것은 아직 아니다.

어느 것은 한국식이 좋고,

어느 것은 미국식이 좋다.

그렇다고 해서

내 편리를 위하취사선택을 하다 보면

상대가 혼동을 하게 된다.

속된말로

' 미국 놈도 아니고 한국 놈도 아닌'

묘한 아이덴티가 된다.

다른 민족과 섞여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딜레마가 바로 이것이다.

때 마침 읽던 소설에,

서기라는 사람이

금강산에 있는 스승을 찾아가서

자신의 도(道)를

깨우쳐 달라고 하는 대목이 나왔다.

그 스승은

“네가 갖고 있는 지식을 다 비우라”고 하면서

매일 일만 시켰다.

열 받은 이 사람은

자신이 속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곳을 떠났는데

다른 스승이 그 이야기를 듣고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질책을 한다.

분명히

어떤 것을 놓쳤는지 본인도 모르면서

서기는 자신이 경박하다고 자책한다.

사람은

직접 이해상관이 있는 사람의 말 보다는

제삼자의

설명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지식을 다 버려라…”

지식은

미망(迷妄)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이다.

옛 성현의 제자들은

그 스승의 사상에 심취되어 직업도,

가족도 버리고 따라 다녔다.

그렇다고 해서

출세가 보장되거나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몇 일씩 굶으면서 따라 다녀도 행복했고

그 스승을 위하여

목숨을 기꺼이 버리기도 하였다.

그게

바로 정신 세계의 충족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버리라고 한다.

그 지식으로

미망(迷妄)이 해결 되었으면

그 일에 대하여

더 이상 집착하지 말라는 것으로

나는 이해를 한다.

세상은

합리와 불합리가 공존 하면서

질서라는

또 다른 메카니즘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흔히

빈손으로 왔다(空手來)가

빈손으로 가(空手去)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

태어날 때

빈손으로 온 것은 맞다.

그러나

사람이 죽을 때는

빈 손으로 가는 게 아니라

사랑과 미움, 회한(悔恨)과 미련(未練)을

간직한 채 떠난다.

남아있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로

그가 남겨두고 간

그리움이나 원망이 있다.

그 대상이 없어졌으니

그게

(恨)이 되어 병을 앓는 이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고 한다.

나그네란

주인이 아니라 (客)이란 말이다.

객(客)은

무엇을 주관(主管)할 위치에 있지 않으니

피동적인 사고(思考)와 행동으로 족하다.

그러니

내가 책임질 일도 없으며

잘못된 것은 다 남 탓이 되기도 한다.

인터넷에

노년에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좋은 말들이 많이 올라온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닌 이유는

노년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젊어서나 늙어서나

옳고, 그름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내가 먹은 음식은

내 스스로 소화해서 배설하는 것처럼

내 인생은

내가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누구의 조언을 들었다 해도

그 결정과 행동은 내 몫이니

그게 바로

‘내가 쓰는 내 인생의 서사시(敍事詩)’가 되는 것이다.

자연은 계절을 통하여

우리에게 그 순리(順理)를 일깨워 준다.

화려한 꽃이 만개하는 봄 못지않게

단풍에 물든 가을의 산은 아름답다.

멀리 서서 감상을 할수록

그 장관을 음미(吟味)할 수가 있으니

그것도 봄과 다르다.

인생을 계절에 비유한다면

어느덧 그 가을에 와 있다.

그 단풍에

걸 맞는 아름다운 채색으로

인생의 에필로그를 써야 한다.

그게

이 세상에 오게 된

어떤

섭리(攝理)에 순응을 하는 것이고

보람된 일이 되리라 생각 한다.



내마음 / 테너 박세원.

by/소석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