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새벽 장작불치며 밥짖는 냄새. 동네마다 아스라히
피어오르던 뒷동산의 자욱한 연기(煙氣),된장찌게,시래
기국냄새가 마을을 장식(粧飾)하던 시절(時節)이였지요.
맛깔스럽게 익어가는 김치가 제맛을 내는 한 겨울, 집집
마다 먹거리의 메뉴가 비슷비슷했답니다.
5일장(場)이 다가오면 자반고등어 구이냄새가 골목길을
덮었고,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더 크게 들렸던 때입니다.
늦가을 주렁주렁 엮어 달아둔 무우. 배추 시래기가 반쯤
줄어들 때, 귀(貴)하게 맛 볼 수 있었던 자반고등어구이
맛을 잊지 못합니다.
아이들 먼저 챙기고 나면 어머님 밥그릇은 생선 한 토막
올리지 못한 세월(歲月)이었고 비려서 싫으시다던 그 말
을 그 때는 믿었습니다. 어머님은 비린 생선을 싫어하시
는 줄 알았지요.
철없는 아이들은 제몫 챙기기에바빴고 어머님의 초라한
밥그릇은 늘 그랬듯이 그것이 당연(當然)한 어머님의 밥
상으로 여겼으니까요.
늦은 밤까지 다음 날 아이들이 신을 구멍난 양말 꿰메는
겨울밤은 살을 파고드는 추위에 어머님의 온기(溫氣)로
포근했지요.
어머님의 무릎베고 누워 들려주시던 구성(構成)진 가요
(歌謠) 한자락으로 삶의 고달픔 털어버리시던 날들이선
명(鮮明)합니다.
꽁꽁언 얼음깨고 발갛게 달아오른 손, 겨울 냇가에 힘찬
방망이 질은 어머님의 자식 사랑뿐이였습니다.
자식 앞에 두려운 게 없으시던 고고(孤高:고고하다:세상
일에 초연하여 홀로 고상하다)한 사랑을 가슴 미어지게
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