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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고향땅

白 泉 2016. 2. 21. 09:15

멀어지는 고향땅


나를 낳아준 고향땅.


오늘 날 나를 있게 해준 고향땅.


객중생활 삼십 년에 강산이 세 번 변하고


나 또한 세월 따라 많이도 변했다.



내 아버지 내 어머니 뒷동산에 묻고


명절이나 그리울 때 내 발길 잡아가던 고향땅.



그 고향 땅이 이제 내 마음을 잡아갈 생각을 않는다.


지친 것일까 아니면 객중생활에 닳고 닳은


내 마음이 싫어진 것일까.


고향땅도 날 이젠 그리워 하질 않는 모양이다.


세월의 변화다.


젊은 어머니에서 새로운 태생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태생이 다시 고향의 어머니 품 속이 그리워지고


그러니 고향땅도 마음이 변했나 보다.



이미 나는 고향에 가 봐도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으니


산천을 보면 고향이 분명한데


사람들을 보면 아는 이가 드문드문하다.



마주 손을 잡아도 뜨거운 느낌이 없고


얼른 손을 놓으라는 억지 손잡기가


내 마음을 스쳐간다.


그동안 강산이 변하면서 세월의 숨바꼭질 산물인 것 같다.



명절이면 버선발로 앞마당에 달려 나오시던 우리 어머니.


이젠 그 모습이 아련히 멀어져만 간다.


그렇게 그리웠던 고향땅도


찬바람 몰고 내 옷깃을 돌아 나간다.



찬바람 돌아 나가는 소리.


세월 속의 인기척은 고향을 찾는다는데


어찌 당신은 고향땅을 잊으려 하오.



나도 몰래 나온 대답은 --


고향에 와도 남의 땅 같으니 세월 속에 나를 잊었나보오.


세월 속에 내가 바랬나보오.


내 마음에도 이제 은빛이 많이 들었나보오.


고향을 등 뒤에 두고도 견딜 수 있었나보오.


갖은 변명을 둘러 대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들은 궁색하기만 하다.


멀어져만 가는 고향땅에


내 마음을 내려놓기가 어색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