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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큰헤이드호(號)를 기억하라
白 泉
2015. 4. 13. 17:51

영국인들은 항해 도중 재난을 당했을 때 서로 상대방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인다고 한다. "버큰헤이드호(號)를 기억하라." 항해 중에 재난을 만났을 때, 그 배에 타고 있는 선원이나 승객들이 침착하게 속삭이는 말이다. 사건은 지금부터 140여년 전인 1852년의 일이다. 그 해 영국 해군의 자랑인 수송선 버큰 헤이드호가 사병들과 그 가족을 태우고 남아프리카를 향해 항해 중이었다. 그 배에 타고 있던 사람은 모두 630명으로 그중 130명이 부녀자였다. 배가 아프리카 남단을 지나다 바위에 부딪쳤다. 시간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잠에서 깬 승객들은 큰 소란이 일어났다. 배는 점점 침몰 되고 승객들의 생명은 경각에 달렸다. 구조선은 3척 밖에 없는데, 1척당 정원이 60명이었다. 사령관 시드니 세튼 대령이 전 병사 집합 명령을 내렸다. "구조선에는 여자와 아이들을 먼저 태운다. 그리고 너희들은 이곳에 남는다. 만약 너희들이 서로 구조선에 타려고 뛰어들면 다른 모든 사람들도 서로 뛰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너희의 아내와 너희의 자식들도 모두 다 함께 죽는다. 자! 그럼 너희들이 이곳에 남고 너희 가족을 살릴것인가? 아니면 너희도 저 구조선에 뛰어들어서 모두가 함께 죽을것인가? 이것 뿐이다. " 병사들은 아무도 그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멀리서 가족들의 손짓을 바라보며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전 병사가 질서있게 정렬한 가운데 부녀자들을 3척의 구명정에 태웠다. 마지막 구명정이 배를 떠나기전 한 병사가 세튼대령에게 소리쳤다. "대령님! 저희는 이곳에 남겠습니다. 대령님은 어서 구조선에 오르시지요. 대령님께서 구조선에 있는 우리 가족들을 지켜 주십시요!" "... 나는 내 아들에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고싶지 않다! 이곳에서 자네들과 명예롭게 운명을 같이 할 것이다!" 그 후 세튼 대령은 병사들중에서 어린 병사들을 지목하며 구조선에 타기를 권했지만 그들 역시 눈물만 흘릴뿐 움직이지 않았다. 세튼대령은 구명정 빈자리에 그 어린병사들을 보내기 위해 그들을 바다로 떠밀어 버렸다. 어린사병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구조선으로 구조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구명정이 떠날때까지 갑판 위의 사병들은 꼼짝 않고 서 있었다. 구명정에서 '버큰헤이드호'를 바라보고 있던 부녀자들은 갑판 위에 의연한 자세로 서 있는 그 병사들을 향해 오열했다. 배가 침몰하기 전 세튼 대령이 명령을 내렸다. "상의와 구두를 벗고 바다로 뛰어내려라. 그러나 누구든지 결코 구명정으로 가서는 안된다." 잠시후 병사들의 머리가 모두 낙엽처럼 물 속으로 숨어들었다. 세튼 대령도 단호하고 슬픈 표정으로 병사들과 함께 사라졌다. 사병들이 모두 안전하게 떠나는 것을 끝까지 지켜본 사령관은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같이 한 것이다. '여자와 어린이 먼저' 라는 훌륭한 전통이 세워진 것은 바로 이 사건 이후부터였다고 한다. 영국의 기사도가 정립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것이다. - 옮긴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