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관 령 주막집 여인의 유혹
대 관 령 주막집 여인의 유혹
‘양향(陽香)’이라 불렀다.
조신하게 처신했다.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큰 인물이 될 때까지
서방님의 입신양명을 기다리겠습니다.”
아내의 청을 받아들여 한양으로 공부하러 간 선비가 있었다. 아내와 떨어져 공부에 전념하던 선비는 처가를 찾아가는 길에 강원도 평창 대화의 한 주막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다. 지금이야 고속도로가 뻥뻥 뚫려 서울에서 두어 시간이면 닿는 거리지만 아흔아홉 구비 대관령을 걸어서 넘어야 했다. 한양에서 대화까지 걸어왔으니 노독이 쌓여 곤한 잠에 떨어질 즈음. 스산한 가을바람에 사각거리고
장지문을 여는 여인이 있었다. 땅거미가 내리는 저녁 무렵 주막을 찾아들었을 때, 이런 시골구석 주막에 있기는 아까운 인물이구나 하고
약주 한 잔 올리려고 하옵니다.”
절을 올리는 자세가 범상치 않다.
여염집 아낙은 아닌 듯싶었다.
거문고를 가져왔다. 거문고가 팅∼ 통∼ 탱∼ 울어댄다.
가야금이라면,
거문고는 교성처럼 솟구치고 솟구치다 잦아드는 음색이 황홀하고 열락적이다. 권주가와 함께 잔을 채운다.
몸속에 흐르자 짜르르∼ 술기운이 전해온다. 홍두깨라더니 이게 무슨 횡잰가?
선비의 도리이니 경계할 수밖에.
원나잇스텐드(one-night stand) 하자는 것이다. 남녀유별이 엄격했던 그 시절에 정숙해 보이는 여인네가
그 무엇을 간절히 갈구하고 있었다. 선비의 품속을 파고들었다.
혈기 왕성한 사내인 이상 들어오는 달빛에 비친 여인의 속살이 눈부시다. 귀밑머리에서 흘러내린 어깨선이 상아를 깎아내린 듯 아름답다. 다 벗어 내리지 않은 치마 말기 속에 반쯤 드러난 젖무덤이 터질 듯 솟아 있다.
봉긋한 꼭지가 선비의 팔굽을 스쳤다. 타오르고 문틈 사이로 흘러들어온 바람에
발그레 물들어 있고 숨소리는 거칠어졌다.
스르르 감기더니 별빛처럼 반짝거렸다.
눈물에 떠 있는 조각배처럼
컹컹대는가?
남은 솔가지가 마저 타느라 타닥거렸다.
밤하늘엔 별이 쏟아지고 다시 적막이 흘렀다.
안간힘을 다하여 여인을 밀쳐내고 스스로를 꾸짖었다.
풀어헤쳤던 여인이 떨리는 손으로 옷고름을 여미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흘러들어 오는 달빛이 여인의 어깨 위에 부서지며 흘러내린다.
툭 하고 밤송이 구르는 소리가 들리건만 여인의 어깨 위에 일렁이던 파도는 멈추지 않았다.
난감했다.
붓과 벼루와 청잣빛 영롱한 연적을 받쳐 들고 들어온 여인은
여인은 말없이 갑사 치마끈을 풀어
벼루에 떨어졌다.
여인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물위에 떠 있는 달이로다(鏡花水月) 이튿날.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써 내린 휘호를 치마에 남겨두고 동창이 밝을 무렵 주막집을 장평, 진부를 지나 아흔아홉 굽이 대관령을 넘어 해질 무렵에 7년 전 떠나올 때 마당에 심은 배롱나무가 몰라보게 자랐지만
아내와 운우의 정을 나눈 선비는
내려오던 선비는 다른 주막에서 묵을 수도 있지만 다시 대화 그 주막을 찾아들었다. 그런 당돌한 청을 한 연유가 무었이더냐?”
귀한 자식 하나 얻어 볼까 하는
아녀자로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그리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밤에 이루지 못한 운우의 정을 풀어보자꾸나.”
처가에서 아내와 실컷 배꼽을 맞추고선 식사 후에 숭늉 챙겨먹는 식으로 들이대니 이런 고얀 일이 있는고.
지금은 그 서기가 사라졌을 뿐 아니오라 이미 부인의 몸에 귀한 아드님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미천한 계집이 몸만 더럽힐까 두렵습니다.”
선비는 정신이 바짝 들며
일곱 살에 호환이 두렵사옵니다.”
예사롭지 않은 말이 튀어나온다.
정신이 바짝 든 선비는 지금까지의 무례를 사과하고
호환을 막을 방도를 물었다. 호환(虎患)이 무엇인가?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것은 그 당시에 가장 무서운 일로, 조상을 소홀히 모시는 집안에 호환이 든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화를 면할 것입니다.
아이를 보자 하거든
공부가 되지 않았다.
밤나무는 죽어서 신주(神主)가 된다.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그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하는 신성한 나무이기에
덕을 쌓는 것이다.
오죽헌 몽룡실 고향 마을에 1000그루의 밤나무를 정성들여 심었다.
사내아이가 일곱 살 되던 어느 날. 대화 주막집 여인의 말대로 금강산 유점사에서 왔다는
그러자 노스님이 밤나무를 세고 있지 않은가.
그만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호통을 쳤다,
하얀 수염을 휘날리며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호환을 면한 아이가 조선시대 대학자 율곡이며 선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