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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목이 그립습니다. (아~~옛날이여....)

白 泉 2015. 12. 1. 19:43

 

         ◆아랫목이 그립습니다. (아~~옛날이여....)


제법 많은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흔히 꽃샘추위라고 하지만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리는 일은 드믄 일입니다.

진눈깨비가 내리면

밖에 나가 일을 보기는 귀찮고 힘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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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자연히 집에 앉아 텔레비전이나 돌리고

눈 오는 창밖이나 바라보면서 옛 생각에 젖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이런 날은 물론

평소에도 아랫목에 식구들이 모였습니다.

추운 겨울날 가장 따뜻한 곳이 아랫목이고

그 곳이

우리들의 정을 쌓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항상 할머니가 계시였고

할머니의 입은 동화의 나라처럼

이야기가 나오곤 했습니다.

어린것들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가

잠이 들기도 했고,

때론 무서운 이야기에는

할머니 치마 속으로 숨곤 했습니다.

그리고

일을 끝낸 엄마는

시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면서

옷가지를 만지고

떨어진 버선을 깁곤 했습니다.

겨울날 긴긴 밤엔

엄마가 야식을 준비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요즘같이

햄버거다 피자가 아니라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 등이었고

조금 형편이 나은 집에서는

국수를 뽑아

김치 국물에 말아 먹기도 했습니다.

요즘같이

볼거리가 없던 그때에는

아랫목에서 문화가 이루어지고

사랑이 이루어지고 교육이 이루어졌고

식구로서의 끈끈한 정도 생겨났습니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도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외롭지 않았고,

손자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가장 웃어른으로 모시는

습관이 자연스레 자랐습니다.

따라서

할아버지는

그 집안의 가장 근엄한 어른이셨고

그 분의 말씀으로

그 집안의 질서가 잡혔습니다.

그러나 손자들이

할아버지를 무서워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없었고

자연히

부모도 존경하는 대상이었습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일이

어려움이 있었지만

며느리나 아들이 참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것은

자식들에게

안정과 사랑을 느끼게 했지요.

화목한 가정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핵가족 운운하면서

짝만 채워주면 둘이 나가 살지요.

그리고

여보! 당신.”이 아닌

오빠! 자기.”하면서 마음대로 살아가니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정체성에 혼돈을 일으키지요.

그리고

기선을 “잡는다.나 하면서

서로 지지 않으려하니

집안에 늘 냉기가 싸하지요.

아랫목과 같은 훈훈하고

좀 몸 냄새도 나는 정은 없지요.

젊은이들은

자기들은 영 안 늙을 것처럼

노인들은 비위생적이고,

아이들에게도

그저 쓸모없는

늙은이 정도로 대하는 모습을 보이니

노인들이

자식들은 있어도 이리저리 밀려

종묘공원이나 지하철 역사로 모입니다.

이제 삼대가

사는 일은 어려워졌습니다.

아랫목이 없는 우리들의 주거구조는

나”만 아는 사상을

키워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파트라는 특수한 구조에서

요즘 아이들은 집안에서도

한 식구가 같이

어울려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아버지와 아이들의 등교시간이 다르니

아침도 따로따로고

부모님의 퇴근시간에

아이들은 학원에 감금되어 있으니

힘들게

일하고 들어오는 부모님에게

정이 있는 인사 한 번 못해보고

오히려

학원에서 겪은 고통을 위로해 달라고 합니다.

게다가

요즘 젊은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헌데,

모두 최고가 되면 결국 최고는 없다는

평범한 논리를 왜 모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생김이 각각 다른 것처럼

능력도 역할도 다른 겁니다.

물론

타고나는 재주나 능력도 다릅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인간도 자연이라는

큰 우주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인간성을 가르쳐야 합니다.

인간성은

가족들이 많은 시간 같이 어울려 앉아

서로 얼굴을 보면서

말이 아닌 체취로 느끼고

전달받는 것입니다.

그래야

의무도 책임도 생기는 것입니다.

인간적인

정이 들지 않도록 가르쳐 놓고

저놈이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하고

한탄해보았자

이미 끝난 일입니다.

아랫목에서 채취를 서로 느끼며

형제들과 티껵태껵하면서 자란 아이들은

성장하여서도 그 정을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근엄한 모습에서

다른 사랑을 배우고 자란 사람들은

가족끼리 갈등하지 않습니다.

요즘,

험악한 사건들을 뉴스에서 접하면서

저 범인들의 유년시절

가정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저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저런 범죄자는 아니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오늘같이 눈 오는 날은

더욱 더 아랫목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