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목을 보며/신 경림
그 많던 꿈이 다 상처가 되었을 게다
여름 겨울없이 가지를 흔들던 세찬 바람도
밤이면 찾아와 온몸을 간질이던 자디잔 별들도
세월이 가면서 다 상처로 남았을 게다
튀틀린 가지와 갈라진 몸통이
꽃보다도 또 열매보다도 더 향기롭고 아름다운것은
그래서 인데
내 몸의 상처들은
왜 이렇게 흉하고 추하기만 할까
잠시도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게 하던
감미로운 눈발이며
밤새 함께 새소리에 젖어 강가를 돌던
애달픈 달빛도 있었고
찬란한 굼 또한 있었건만
내게도
처음 이 시를 읽고... 숨이 막혔더랬다.
고목의 아야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고.
시인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속에 스산한 바람이 일었다.
관조하듯 써내려간 그의 싯구가
몇 줄되지 않은 그의 시선이
가슴을 요동치는 것은
그 안에 진심이, 삶의 쓸쓸함이 담겨 있기 때문은 아닐까
내게도 있던 그 찬란한 꿈은...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