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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은 지속되어야 하고

白 泉 2014. 5. 12. 09:56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은 지속되어야 하고

아내가 중풍으로 쓰러져

병원에 계신지만 5년 정도 되었고
발병한지는 10년 정도 된 환자 남편이야깁니다.


남편은 아내의 병 수발을 하면서

혼자 자녀를 결혼 시켜 분가도 시키고

개인택시 운전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홀아비 아닌 홀아비로 살면서도

일을 하는 짬짬이 병원에 들려
아내를 침상에서 나마 운동 시키고

얼굴을 닦아주고 침상을 보살폈습니다.


뇌수술을 두 번이나 받아서 의사표현도 못하고

남편만 겨우 기억하는 정도이고
아기처럼 자주 울고

자의로 움직이지 못해서 침상에서만 생활했습니다.

아내는 체격이 건장하고 얼굴이 크고 붉어서

누워있는 모습만 보면 환자 같아 보이지 않고
면회를 오는

남편의 체격이 외소하고 기운 없어 보여서

남편이 환자처럼 보입니다.
같은 보호자들끼리도

환자 보다 환자 남편을 측은하게 여길 정도입니다.


몇 년 입원해 있는 사이에

아내는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거의 누워서 지내시니

패혈증이 되기도 하고 폐렴으로 열이 높아
돌아가실 것 같다가도 치료를 하면

불사조 같이 살아나기를 여러 번,
거의 돌아가신다고 해서

호스피스 룸으로 옮기기도 수차례 했습니다.


그분은

여러 번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살아났고
그때마다

남편은 아내의 회생을 감사해 했습니다.

오히려

임종 순간을 보려고 걸음 했던 친척들이

헛걸음(?) 한 것 때문에
그분들의 입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하이고 이젠 가셔도 되겠는데 ...."
"환자가 쓸데없이 너무 오래 고생하는 것 같다."
"저러고 오래 살면 뭐해 남편만 등골이 빠지지..."
“그러니 죽을 것 같으면 병원에 오면 안 된다니까,

죽지도 못하고 산 것도 아니고

저런 상태에서 오래 살면 뭐하냐고?
“안 됀 말이지만 돌아가시는 게 맞지...”
이러면서

중환자로 너무 오래 병원에 있는 환자를 원망하고
생명을 살리는 병원을 원망했습니다.


병원비 때문에

산 사람이 죽도록 허덕이는데

병원은 수익 때문에 죽을 환자도 억지로 살려 놓고

붙들고 있는 다는 억지를 부리시는 겁니다.


친척 분들의

말씀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것은 아닙니다.
생명은 하나밖에 없는 건데

병들고 회생의 기미가 없고 경제적인 부담이 된다고 해서
그냥 돌아가시도록 방치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환자의 시누이 되는 분이
“정말 지겹도록 안 돌아가신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 말이 서늘한 비수처럼 느껴졌는데

환자가 의식이 없다고 해도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쳐다봤습니다.

어떤 이의 삶이

어떤 이가 왜 그토록 지겨워해야 하는지......
주변에 안타까운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내키는 대로
조심 없이

내 뱉는 말에 내가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찌 되었든 어떤 생명이든 생명은 소중한데
나는 그러는 분들이

이해는 되지만 몹시 야속했습니다.

수혈을 받아가며

비위관으로 유동식을 넣어 연명을 하고
등에는 욕창이 생겨서

굴처럼 깊은 상처가 생겨도
그분을 볼 때 마다

숨 쉬고 살아계시는 것이 장해보였습니다.
죽고 사는 일은 신의 영역이고

사람의 생각에 따라 조절할 일은 아니라고
굳게 믿었는데

그 마음이 흔들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며칠 전

그 환자의 남편이 주치의에게

하소연 하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슬하에 남매는 결혼해서 멀리 떠나 살고

개인택시를 해서 아내의 병원비를 댔지만
늘 모자라서 집을 잡히고

융자를 받아 병원비를 하다가 보니

집도 은행에 넘어가고
이제 택시에서 자게 생겼다고

만약

다시 상태가 나빠져서

생명에 위협이 되는 순간이 오면
생명 소생을 위해

어떤 조치도 받지 않았으면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병든 아내 수발도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해가 갔습니다.
아까운 생명이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하는 것이 안타깝기는 했지만요.


며칠 후 다시

그 보호자로부터 기막힌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내 뒷바라지에 근 십년을 보내다 보니

정작

본인이 병든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직업이 택시 운전이라 식사도 불규칙하고

아내는 병들어 병원에 의식이 없이 있고
외로움 속에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늘 속이 불편했답니다.


최근 들어

속이 견딜 수 없이 아파서

병원을 찾게 되었는데
위암 말기라는 진단이 나왔다는 군요.
아내를 두고 위암 수술을 받기도 그렇고
수술 받기 전에

아내를 먼저 보내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일단 먼저 위암 수술을 받아야 할까


수술을 받고

회복하지 못하면 아내는 어찌해야하나
본인이 병원에 입원하면

의식 없는 아내는 어떡하고 .........
수술 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배우자의 병 수발을 하다가

정작 아픈 분은 오래 살아남고
병간호를 하던 분이

먼저 갑자기 돌아가시는 예도 많지만
아내의 병간호를

열심히 하던 분이 위암 말기라고 하니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다 쇼크를 받았습니다.
아내는 병원에서 잘 돌보니까

걱정하지 말고 본인 수술을 잘 받으시라고
병원식구들이 모두 격려해 드렸지만

남편의 걱정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집에 환자가 있으면

온 가족이 다 영향을 받습니다.
간병 스트레스가

무척 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분도

아내를 간병하다 병을 얻었는데

정작 본인이 큰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아내 걱정에

입원하는 일도 망설여진다는 것입니다.
아내의 상태도 위태한데

남편은 더 중병이 들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은 지속되어야 하고
남편도 수술 후 잘 회복되길 빌어봅니다.

출처:순이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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