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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종착역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白 泉 2014. 9. 27. 09:31

나는 은파 선생님과 안면이 없지만,

인생의 종말을 진실로 잘 표현하였습니다...도송

은파선생님께서 왜 이런글을 쓰셨나 하는생각이들면서 마음이 좀

안좋네요 사람이 다 나이먹으면 다 떠날준비를 해야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낙엽이떨어지는 가을이 되니까- 더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이 드네요


12년전 80세 때 찍어둔 사진
    내 인생의 종착역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은 꼭 가야할 인생의 종착역, 그 종착역이 지금 나에게는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참 오래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길을 자주 되돌아보게 됩니다. 좋은 때도 있었지만 어렵고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그라나 지금에 와서는 그 모든 것이 파노라마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그래서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하나봅니다. 그리고 또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모든 일은 지나간다. 지나간 일은 추억이 된다. 추억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추억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만 의미가 있다. 내가 죽으면 그 추억은 없을무(無)자 무(無)가 된다. 사람도 그렇다. 무(無)로 태어나서 무(無)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살아있는 동안에 잘하고 살아야 한다. 깨끗하고 바르게 즐겁고 행복하게 보람 있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습니다. 살아있는 동안에 잘하고 살아야 합니다. 죽으면 모든 것이 그만이며, 인생이 끝나는 것입니다. 죽은 후에 화려하게 장례식을 치러주고 화려하게 묘를 써 준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알겠습니까? 제사를 걸게 지내고 성묘 온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알겠습니까? 다 소용없는 일입니다.. 내가 죽은 후 시간이 지나가면 내 이름 석 자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 인생이며 인간사회입니다. 그러므로 살아있는 동안에 잘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바르고 깨끗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만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나는 이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선물로 받아온 내 시간을 거의 다 살아온 것 같습니다. 참으로 길고 긴 여행이었습니다. 오랜 여행으로 피로가 많이 쌓인 것 같습니다. 대단히 피곤합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은 서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있으면 눕고 싶다고 한다더니 지금 내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에 누워있는 시간아 많아졌으며 누워있는 것이 가장 편안합니다. 이제는 인생의 정리를 더는 미룰 수 없는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문학계를 대표하는 여류작가의 거성이신 박경리 선생은 운명하기 몇 달 전에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울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선생의 생과 사를 달관한 노년 관에 스스로 머리가 숙여집니다. 나도 선생과 같은 숭고한 노년 관을 가질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 섞인 생각을 가져 봅니다. 또 어느 사람은 운명하기 3시간 전에 전화를 걸어 “친구야 나 먼저 간다..”라고 말한 후 눈을 감았다는 글을 읽은 일이 있습니다. 이 얼마나 마음 편하고 여유 있는 아름다운 운명의 순간입니까.... 나도 이 분과 같이 마음 편하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운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입니다. 운명할 때 사람에 따라서는 대단히 심하게 고통스러워하면서 숨을 거두는 사람도 있고 잠자는 듯이 아주 편안하게 운명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시림이면 누구나 다 잠자듯이 편안하게 운명하기를 바라지요..... 나에게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꼭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가족들에게 내가 살아온 흔적을 남겨주고 갈 몇 편의 글을 써야하는데 미루다보니 나이가 너무 많아져버렸습니다. 그래도 아직 정신은 맑지만 육체적 기력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기력이 많이 떨어져서 힘이 들 것 같습니다. 80대에 썼더라면 좋았을 것인데 미루어온 것이 잘못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내 삶의 흔적은 내가 써서 남겨두고 가야할 일이기 때문에 쓰지 않을 수 없는 필생의 마지막 과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끝내고나면 몸과 마음이 홀가분해져서 훨훨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꼭 해내려고 합니다마는....
2.014. 9. 16 은파 하지택